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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다시 본 픽사 영화 《Up(업)》 (현실, 인생 영화, 감동)

by koka0918 2025. 10. 29.

픽사의 애니메이션 《Up(업)》은, 2009년 개봉과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감동적인 모험 영화"로 각인됐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는 10대, 20대와 30대가 되어 보는 시선에 따라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는 부분이 달라지는 듯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다르게 이해되는 감정, 놓쳤던 디테일, 그리고 눈물 나는 장면들 속에 담긴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그 이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30대의 시선에서 다시 본 《Up》이 어떻게 '인생 영화'가 됐는지, 그 안에 숨겨진 성장과 감동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전달해보려 합니다.

 

 

1.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보여주는 이야기 구조

영화《UP》의  줄거리는 단순한 모험을 넘어,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유명한 탐험가 '찰스 먼츠'가 모험을 떠났다는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행을 꿈꾸는 70대의 한 노인 '칼'이 있습니다. 어린 '칼'은 하늘을 나는 모험가를 동경했고, 소꿉친구 '엘리'와 함께 평생을 동물원 풍선 판매원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현실적인 이유들로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행을 미루게 되고, 결국 엘리는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며 집 주변은 전부 재개발됩니다. 이 5분 남짓의 짧은 오프닝은 대사 없이 장면 연출로만 이루어졌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우리네 인상을 압축해 보여준다는 상징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30대는 바로 이 '현실 타협'을 가장 직면하는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날 꿈꿨던 다양한 이상은 점점 현실에 눌리게 되고,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아 순응하게 되죠. 그래서인지 '칼'의 압축된 인생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던 와중에 양로원으로 보내질 위기에 처한 '칼'은 최후의 수단으로 수만개의 풍선을 이용해, '엘리'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하늘로 띄우며 잊고 있던 열정을 되찾고자 합니다. 너무나 아름답게 시각적으로 묘사되는 이 장면은, 시각적 동요 뿐 아니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라는 메세지를 전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칼'이 늦은 나이에 모험을 떠나는 이유가 단지 본인만의 욕심이 아닌, 사랑했던 '엘리'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사랑의 행위가 아닐까요. 마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이 부분은 30대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 《UP》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정말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나요?"

 

 

2. 인생 영화가 되는 픽사의 감성 연출

픽사의 많은 영화 작품들이 '인생 영화'로 손꼽히곤 합니다. 특히 저를 포함하여 《UP》을 인생영화로 선택하는 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픽사 특유의 감성 연출, 즉 감정선을 따라 완벽하게 이어지는 서사의 흐름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Married Life'라는 부제를 가진, 오프닝 영상은 사랑의 본질, 일상의 소중함,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등을 통틀어 나타내고 있습니다. 30대에게 이 영화가 다가오는 이유는, '내 이야기' 같은 감정이 생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포기했던 경험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테니까요.
또한, '칼'의 행동 속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 있습니다. 소중한 집에 풍선을 달고 떠나는 장면은 '그의 용기'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상실을 극복하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물러있는 '그의 절박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복합적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점차 나이가 들며 삶 속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때 '마이클 지아치노'의 ost 역시 픽사의 감성을 극대화 시킵니다. 그의 음악은 장면 하나하나에 감정을 더해줄 뿐 아니라, '의미'를 확장시킵니다. 잔잔한 멜로디의, 그러나 기억 속에 오래 남게되는 영화 속 음악은 선율만 들어도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고, 그 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주죠.

 

 

3. 감동의 본질, 관계의 회복

결국 영화 《UP》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연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자기 자신과의 관계, 낯선 타인과의 관계 등 우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영화의 주인공 '칼'은 우리네 모습과 비슷하게, 그 관계들 속의 상실과 회복의 모든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는 사랑하는 '엘리'를 잃었고, 세상과 단절되었으며,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낯선 존재, '러셀'이라는 아이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습니다. '러셀'은 말이 많고 서툴지만 순수한 아이입니다. 그는 '칼'의 방어적인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그의 말동무가 되어주며, 닫혀있던 '칼'의 마음을 천천히 열어줍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감동의 본질인 '관계의 회복'을 통해 '새로운 연결이 삶의 의미가 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칼'은 모험을 통해 '엘리'와의 관계도 재해석하게 됩니다. 그는 '엘리'에게 모험을 선물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그는 결국 그녀의 앨범을 다시 보며 깨닫습니다. '엘리'에게 진짜 모험은, '칼'과 함께했던 소중한 일상이었음을 말이죠. 그 순간 그는 과거를 내려놓고, 진짜 '작별'을 하게 됩니다. 곧, '칼'은 '엘리'를 가슴에 묻은 채 새로운 인연과의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되니까 말이죠.

30대의 많은 인간관계들은 재정비 됩니다. 그 과정에서 친구, 연인, 가족, 혹은 나 자신에게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UP》은 그 모든 단절의 순간에 대해 말하며, 용기 있게 다시 연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줍니다. 아마 이것이 많은 30대들이 《UP》을 통해 눈물을 흘리며 치유의 과정을 겪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0대에 다시 보는 영화 《UP》은 성장, 상실, 회복,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을 위한 모험 이야기로 보였던 이 영화가, 이제는 나의 인생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건 우리가 다양한 삶을 경험하며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삶이 버거운 시기, 감정이 사라진 날, 이 영화를 꺼내보시기 바랍니다. 어린 날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새로운 위로가 되어 다가올 것입니다. 수많은 풍선에 몸을 맡기고, 각자의 삶에서 새로운 모험을 떠나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풍선에 매달려 날아가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