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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영화 《첨밀밀》과 OST의 상관관계 (등려군, 음악, 감정)

by koka0918 2025. 10. 29.

오늘도 제가 좋아하는 홍콩 영화 한 편을 가지고 와봤습니다. 바로 1996년 개봉한 홍콩 영화 《첨밀밀(甜蜜蜜)》 입니다. 이 영화는 '장만옥'과 '여명'이 주인공으로 나오며, 급변하던 홍콩의 사회적 배경 속에서 겪는 청춘들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특별히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이유는, 영상미나 배우들의 연기력 뿐 아니라 음악이 전하는 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삽입곡으로 등려군(鄧麗君)의 대표곡 ‘첨밀밀’이 자주 등장을 하는데, 이는 영화의 서사와 감정을 연결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첨밀밀》과 ost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다뤄볼까 합니다.

 

 

1. '등려군'과 영화《첨밀밀》의 연결고리

영화 《첨밀밀》에서 ost '첨밀밀'을 부른 가수 '등려군'은 단순히 삽입곡을 불렀다는 데에만 의미가 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영화가 전달하는 감정의 의미를 정의하고, 인물들의 정서적 경험를 대표하는 존재로 역할을 하고 있죠. 영화 초반부에서 주인공 '소군(여명)'은 중국 본토 톈진 출신이지만, 약혼녀와 결혼할 돈을 모으기 위해 광동어도 모른채 무작정 홍콩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첨밀밀' 노래가 흘러나오는데요, 주인공의 낯선 도시에서의 설렘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이 노래는 '소군'의 감정과도 맞물리며 관객으로하여금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듭니다.
이렇듯 등려군의 음악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감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녀의 음색은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애절함이 담겨있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음색은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혼란스러움과 외로움, 사랑의 감정과 일치한다는 부분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등려군'의 음악은, 영화 속 인물들의 유일한 연결고리로서의 역할도 합니다. 홍콩이라는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에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같은 가수의 노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그 두 사람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며 정서적 연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실제 관객들에게도 적용되어, '등려군'의 노래를 들으면 이 '첨밀밀'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2. 음악을 따라가는 서사의 흐름

《첨밀밀》에서  OST는 영화 속 서사의 흐름을 조율하는 하나의 '이야기'의 역할을 합니다.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넘어, 등장 인물들의 감정선과 영화의 구조적인 흐름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영화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흐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음악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도 하고, 인물의 내면 변화를 드러내는 역할도 하죠.
특히 영화 내내 동일한 ost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같은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서 인물들의 '감정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부의 '첨밀밀'은 주인공들의 첫 만남에 대한 설렘, 낯선 도시에서의 기대감을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영화 중후반부의 '첨밀밀'은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변주되어 이별을 쓸쓸함, 그리움을 전달하게 됩니다.
감독 '진가신(陳可辛)'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등려군 없이는 성립할 수 없었다”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첨밀밀' ost가 등장하는 순간마다 서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배치되어 있으며, 동일한 ost가 등장함으로써 다음 장면의 분위기나 인물의 감정 변화를 미리 전달하는 식의 연출을 활용하게 되죠.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들이 무의식적으로 음악과 영화 서사의 흐름을 연결지을 수 있게 하고, 주인공들의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즉, 등려군의 '첨밀밀'은 영화 전반적으로 하나의 스토리텔링 도구로써 활용되며, 서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3. 감정 이입을 돕는 상징적 역할

앞서 설명했듯 음악은 영화에서 인물 간의 관계를 정리하고, 관객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합니다. 특히 《첨밀밀》에서 등려군의 '첨밀밀'은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대변해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사의 주된 내용은 단순한 사랑 고백을 넘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속 마음을 대신 전달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죠. 음악 속 메세지들은 영화 주인공들이 삶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혼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주인공들이 예상치 못하게 재회하는 장면에서도 역시 '첨밀밀'이 흘러 나오는데요, 영화 속 감정의 클라이막스를 완성하게 됩니다. 그 순간 관객은 동일한 ost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영화 초반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고, 비로소 영화의 감정선이 완결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마치 '감정의 순환'처럼 말이죠.
정리하자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등려군'의 음색는 2020년대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요소라 생각합니다. 바로 이 점에서 《첨밀밀》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정의 보편성'을 음악을 통해 구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첨밀밀》은 음악이 영화의 감정과 서사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이라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등려군의 '첨밀밀'은 영화에서 제 3의 주인공으로써, 인물과 관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도, 조용한 밤에 《첨밀밀》을 등려군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홍콩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