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또 다른 명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해설을 해볼까합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치히로'가 미지의 세계 속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인간의 정체성', '소비사회', 그리고 '내면의 성장'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이 영화가 지금까지 재조명되는 이유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1. 인간의 정체성 상실과 회복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핵심 주제를 하나 뽑으라면, 저는 '인간의 정체성'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가던 중, 오래전에 문을 닫은 듯한 테마파크에 들어가게 됩니다. 혼자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치히로의 앞에 단발머리의 미소년인 '하쿠'가 나타나 '어서 돌아가라'며 화를 냅니다. 결국 귀신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 치히로는,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긴 뒤 '센'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그곳에서는 일을 하지 않으면 동물이 되어버린다는 규칙이 있어, 그녀는 '센'이라는 이름으로 온천장에서 일을 하게 되죠. 여기서 등장하는 '유바바'라는 인물은, 사람들의 본래 이름을 빼앗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잃게 해 조종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 인물은 개인의 정체성을 억압하고 순응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쿠' 또한 자신의 본래 이름을 잊어버린 채 유바바에게 종속되어 살아가는데요, 이는 '인간의 정체성 상실'에 대한 인물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치히로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 곧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결국 하쿠도 본인의 진짜 이름을 기억해내고, 마침내 본래의 정체성을 기억하게 되죠. 특히 치히로가 여러 유혹과 공포, 혼란 속에서도 이성적으로 본인은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마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감독은, '우리는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반복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2. 소비 사회에 대한 비판
이 영화에 숨겨진 두번째 철학적 메세지는 바로 '소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부, 낯선 테마파크에 들어선 치히로는 빨리 그 곳을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무언가에 홀린 듯 주인도 없는 식당에 들어가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댑니다. 결국 부모님은 그 댓가로 돼지로 변하게 되며, 이 장면은 '인간의 탐욕'에 대해 메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풍요와 만족을 나타내는 상징물이지만, 그 욕망을 이기지 못할 때 결국 인간은 이성을 잃고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과도한 소비 문화를 비판적으로 풍자한 장면으로 해석한다고 하죠.
다시 영화의 이야기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온천장에서 생활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때에 '센'은 문 앞에 서 있는 '가오나시'에게 문을 열어주게 됩니다. 가오나시는 '얼굴이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름처럼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엔 가면이 있고, 몸통에 커다란 입만 있는, 조용하고 악한 귀신입니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가오나시아 '인간의 탐욕'을 상징화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금을 뿌리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의 욕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입니다. '가오나시'가 뿌리는 금 앞에 사람들은 금을 탐하며 도덕성을 상실하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도 잊은 채 인간성을 상실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 '센'은 이 모든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가오나시가 가진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센'의 행동에서, '인간다움'이란 결국 본인의 이익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진심에서 비롯되어 '본질적인 가치'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죠. 이러한 시선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장르를 넘어서, 작품 속 철학적 무게에 힘을 싣게 됩니다.
3. 성장의 여정과 내면의 변화
영화 전반적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한 소녀의 성장의 여정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낯설고 불안한 상황에 홀로 놓인 치히로는, 영화 초반부에는 겁이 많고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능동적이고 용감한 인물로 성장해 나갑니다. 또한,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책임감을 다하며 성실이 일을 하고, 낯선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인간적인 따뜻함과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도 보이죠.
치히로의 성장은 단순히 '강해졌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약한 존재들을 뿌리치지 않고 돌보며, 두려움을 마주하고도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인물입니다. 이러한 그녀의 감정과 태도의 전환은 '인간의 내면의 변화'를 통한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치히로는 결국 현실 세계로 무사히 돌아가게 되지만,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약하고 의존적인 아이가 아닐 것입니다. 이 영화가 수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렇듯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철학적인 메세지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철학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인간의 정체성을 잃은 상실감,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회복성, 욕망과 소비에 대한 경고, 그리고 진정한 내면의 성장까지 그려낸 이 영화는 우리의 삶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일 아닐까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