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Begin Again)》은 음악을 통해 삶을 다시 시작하고 관계를 정리해가는 과정을 그린 음악 중심의 영화입니다. 저는 특히 이 영화의 OST가, 영화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대표 OST 세 곡을 중심으로 가사의 해석과 영화 속 장면, 그리고 감정선과의 연결성을 분석해보려 합니다.
1. Lost Stars : 감정과 타락 사이의 절규
'Lost Stars'는 이 영화의 핵심 사운드트랙이자, 관객에게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노래입니다. 주인공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와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각자의 감정으로 부른 두 버전이 있으며, 이 두 가지 버전은 곡의 해석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고 있죠. 데이브 버전은 상업적이고 세련된 편곡으로 '완성된 음악'을 보여주는 반면, 그레타의 버전은 거칠지만 '순수하고 진솔한 감정'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가사의 핵심은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이라는 문장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이 구절은 젊음의 가능성과 동시에 그 불완전함에 대한 슬픈 탄식을 담고 있죠.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는 인간 존재의 목적과 불확실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지며, 두 주인공의 삶의 방향성과 가치관 충돌을 음악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곡은 영화에서 단순히 연주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때 삽입되어 감정의 배경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데이브가 콘서트에서 이 곡을 부르며 그레타를 떠올리는 장면은, 상업적 성공과 감성적 진정성 사이에서 길을 잃은 인물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레타는 이 곡의 원 작곡자임에도 불구하고 데이브가 이를 빼앗다시피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는 과정을 보며, 음악의 순수성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동시에 깨닫습니다.
2.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 자유와 자립의 선언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은 영화 후반부, 그레타가 거리에서 밴드와 함께 라이브로 녹음하는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서 영화 전체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며, 곡의 메세지와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실제로 이 장면은 뉴욕의 거리에서 녹음되었으며, 거리의 소음과 현장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완벽하지 않아도 진짜인 음악'이란 주제를 더욱 강조합니다.
이 곡은 이별 후에도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마지막 인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I’m not trying to start a fight with this flame"이라는 가사는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감정에 솔직하겠다는 선언을 담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문장 그대로의 의미보다는 '스스로에게 돌아가자'는 의미로, 감정의 회복과 자기 자립의 선언이라 생각합니다.
그레타가 이 노래를 부를 때의 표정, 그리고 함께 연주하는 밴드와의 시너지 역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연인이나 뮤즈가 아니라, 자신만의 목소리와 철학을 가진 독립된 예술가로 거듭난 것입니다. 이 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닌 그녀의 새로운 인생 챕터를 여는 열쇠이자, 관객에게도 '변화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전해줍니다.
또한 이 장면은 영화의 흐름 속에서 매우 밝고 경쾌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감정적인 무게를 잠시 덜어내는 해방의 순간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서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구조적 장치이며,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감정적 정화를 선사합니다.
3. A Step You Can’t Take Back : 시작과 끝을 잇는 메세지
'A Step You Can’t Take Back'은 영화의 도입부이자 결말의 의미까지 아우르는 곡으로,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요한 OST입니다. 영화 시작 장면에서 그레타가 바에 앉아 조용히 노래를 부르는 이 장면은 매우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세지는 매우 강력합니다. 이 곡은 스토리의 첫 시작이며, 동시에 인물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제목 자체가 말하듯이, 이 곡은 이미 지나버린 선택, 되돌릴 수 없는 결정에 대한 후회와 인정, 그리고 이를 딛고 나아가야 하는 현실을 말합니다. "So you find yourself at the subway / With your world in a bag by your side"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레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묘사합니다. 가사는 무겁지만 멜로디는 부드럽고 단순하여, 극적인 대비를 통해 감정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듭니다.
또한 이 곡은 관객이 처음 들었을 때와, 영화를 끝까지 보고 다시 들었을 때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발라드처럼 들리지만,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한 후에는 그레타의 성장과 치유의 과정이 선명하게 느껴지죠. 이는 '서사적 음악'이 가진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예로, 《비긴 어게인》의 OST들이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곡은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댄이라는 캐릭터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댄은 이 곡을 통해 그레타의 진짜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녀가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합니다. 즉, 이 곡은 그레타뿐만 아니라 댄에게도 치유의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비긴 어게인》속 음악은 단순한 분위기 조성이 아닌, 인물의 심리와 서사를 직접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Lost Stars',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A Step You Can’t Take Back'는 각각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주제곡으로 기능하며, 영화의 전체 구조를 음악적으로 연결합니다.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장면마다 삽입된 OST의 가사와 배경을 주의 깊게 들어보세요. 음악과 감정, 인물 간 관계가 어떻게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진정한 '음악영화'의 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