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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로 보는 죽음의 철학 (망자의 날 문화 이해하기)

by koka0918 2025. 11. 4.

이번 글도 제가 좋아하는 픽사 애니메이션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코코(Coco)》라는 작품인데요, 이 영화는 멕시코의 전통 문화인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모티브로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 속에서 캐릭터들은 죽음을 슬픔이 아닌 '기억의 축제'로 바라보며, 죽은 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존재를 살아 있는 사람의 삶과 연결을 시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코코》를 통해 '망자의 날' 문화가 지닌 의미와, 죽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삶의 가치를 살펴보려 합니다.

 

 


1. 망자의 날이란 무엇인가

'망자의 날 (Día de los Muertos)'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에서 매년 11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이어지는 전통 명절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그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일반적인 장례 문화와 다르게, 죽음을 비극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의 연장선'이자 '순환'으로 바라보는 멕시코 특유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거리와 집을 메리골드 꽃, 해골 인형, 색색의 장식물들로 꾸미고, 가족들의 무덤에 제단을 차려 조상의 사진, 음식, 향 등을 올립니다. 이때 망자의 날에 사용되는 모든 물건들은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메리골드 꽃은 망자가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해골 인형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기념하는 도구로 쓰입니다. 이러한 상징들은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미구엘'이 걷는 메리골드 꽃 길, 제단 위의 사진과 음식들 등 화려한 빛으로 물든 '죽은 자들의 세계'는 실제 망자의 날 행사에서 볼 수 있는 멕시코 전통을 기반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이러한 멕시코의 전통은 스페인 침략 이전의 아즈텍 문명에서 유래되어 천년이 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멕시코인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망자의 날'을 멕시코 정보는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며, 유네스코 또한 2008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망자의 날을 등재했습니다. 영화 《코코》는 이처럼 멕시코 문화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에 성공했고, 단순한 감동 이상으로 한 문화의 존중까지 이해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2. 영화 《코코》에 담긴 죽음의 철학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첫 이미지와 다르게, 그 안에 담긴 '죽음에 대한 철학'은 어른들조차 무거워하는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에게 인상 깊었던 대사는 바로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숨이 멎을 때, 두 번째는 누군가의 기억에서도 사라질 때"라는 말이었습니다. 

주인공 '미구엘'이 조상의 기억을 통해 진실을 알아가고, '헥토르'가 기억 속에서 다시 존재하게 되는 과정은 단지 허구적인 설정이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이는 곧 '기억'이 존재의 지속성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특히 '헥토르'가 '마지막 죽음'을 맞기 직전, 딸인 '코코'에게 불러주던 노래인 'Remember Me'는 영화의 핵심 메세지를 음악으로 전달하며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영화 《코코》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황홀하게 묘사한 것도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 받아들이려는 반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죽은 자들이 존재하는 세계는 현실보다 더 활기차고 따뜻하며, 가족 간의 사랑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공간입니다. 이 설정은 관객이 죽음을 멀게만 느끼지 않도록 돕고, 그 속에서 음악과 기억은 삶이 끝난 뒤에도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코코》는 결국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묻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회피하거나 외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추억과 이야기를 통해 연결되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면서 말이죠.

 

 

 

 

3. 죽음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시선

앞서 말씀드렸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볼까 합니다. 영화 《코코》는 기존 픽사 애니메이션이 다루지 않았던 '죽은 이와의 연결성'을 정서적 공감대 속에서 아름답게 풀어냅니다. 멕시코 문화의 핵심은 죽은 이들이 '기억 속에서 살아 있다'는 점이니까요.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의 장례 문화와 닮아 있지만, 그 표현 방식은 전혀 다름니다. 슬픔과 엄숙함 대신, 축제와 즐거움으로 표현되는 '망자의 날'은 삶과 죽음을 잇는 감정의 다리를 만들어줍니다.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은 음악을 금지한 집 안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조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는 죽은 증조부 '헥토르'의 기억을 되살리고, 가족 간의 오해를 풀며 삶의 의미를 되짚어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화해가 아니라, 죽은 이와 산 자가 '기억'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단절되고 있는 세대 간의 관계, 공동체성 상실, 가족의 해체 등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기억되며,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야 말로, 우리가 삶을 더욱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되지 않을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미구엘'이 '마마 코코'에게 '헥토르'의 노래를 불러주며 기억을 되살리는 순간,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릅니다.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사랑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이 장면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사회 속에서 죽음을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멕시코의 '망자의 날'을 다룬 영화인 《코코》. 죽음을 '기억'과 '연결'이라는 철학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우리에게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고, 지금의 삶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올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단 하나의 영화가 필요하다면, 《코코》 를 꼭 감상해보세요.

 

 

죽은 자들의 세계 속 메리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