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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 《말레피센트》가 재정의한 마녀 캐릭터 (악역, 권력, 여성주의)

by koka0918 2025. 11. 18.

디즈니 영화 《말레피센트》는 고전 동화의 ‘악역’이었던 마녀 캐릭터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 획기적인 작품입니다. 단순히 무서운 마녀가 아닌, 상처 입고 배신당한 여성으로서의 서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복잡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제시합니다. 이번 제 글에서는 《말레피센트》가 어떻게 마녀 캐릭터를 재정의했는지, 디즈니 영화 속 권력의 구조는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이 변화가 오늘날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1. 마녀는 왜 악역이 되었나 : 고정관념의 해체

마녀는 오랜 세월 동안 '공포'와 '악'의 대명사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특히 고전 동화에서 마녀는 대부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주인공에게 저주를 내리고, 마법을 이용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존재로 그려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말레피센트는 파티에 초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기 공주에게 죽음의 저주를 내리는 비이성적이고 위험한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개봉된 영화 《말레피센트》에서는 이 전형적인 악역 서사를 철저히 해체합니다. 이 영화에서 말레피센트는 무조건적인 '악'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지키다 배신당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녀는 인간 세계의 욕심과 폭력성에 의해 날개를 빼앗기고, 자신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후 상처로 인해 복수를 결심합니다. 이와 같은 전환은 기존의 마녀 이미지를 바꾸는 강력한 장치이며, '악의 기원'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왜 그녀는 그렇게 되었는가?'입니다. 그녀는 원래 선한 존재였으며, 숲속 생명체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던 수호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세계의 탐욕과 정치적 야망 때문에 그녀는 모든 것을 잃고 변하게 됩니다. 이 구조는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위험'하거나 '감정적'이라고 낙인 찍히는 과정을 메타포처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악역이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숨겨진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에게 기존의 선악 구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만듭니다.

 


2. 디즈니 영화 속 권력의 전환 : 여성의 힘은 어떻게 그려졌나

《말레피센트》는 디즈니가 자사의 전통적인 권력 구조를 스스로 비틀고 재구성한 대표작입니다.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남성 구원자'가 등장하는 공주 이야기였고, 여성은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인물로 묘사되었습니다. 하지만 《말레피센트》는 이러한 패턴을 완전히 뒤엎습니다.
먼저, 권력의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영화 속에서 말레피센트는 단순한 마법사가 아니라 숲의 수호자이며, 자연의 질서를 조율하는 정치적 리더입니다. 그녀의 권력은 전통적인 '왕'이나 '군주'의 힘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강제적 지배가 아니라 조화와 균형, 보호를 중시하는 권력입니다. 또한 말레피센트가 복수의 정점에서 용서와 자비를 선택하는 장면을 통해 '진정한 권력'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그녀는 오로라 공주를 저주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진심 어린 애정을 느끼고, 자신이 만든 저주를 스스로 풀기로 합니다. 이 결정은 말레피센트가 단순한 '복수자'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다음으로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진정한 사랑의 키스'입니다. 기존의 디즈니 영화에서는 남성 왕자만이 공주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레피센트》에서는 오히려 말레피센트가 오로라에게 키스함으로써 저주를 깨뜨립니다. 이는 진정한 사랑이 꼭 로맨스일 필요는 없으며, 어머니와 딸 같은 여성 간의 연대와 사랑도 깊고 진실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입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디즈니가 '권력'과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쓰고 있다는 신호이며,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권력은 지배가 아니라 보호이고, 사랑은 구원이 아니라 이해임을 이 영화는 강하게 전합니다.

 


3. 말레피센트는 새로운 여성주의 캐릭터인가?

그렇다면 《말레피센트》는 단순한 동화 재해석이 아니라, 여성주의 서사의 전환점으로도 평가될 수 있습니다. 말레피센트는 기존의 이분법적 여성 이미지(선녀/악녀, 순수/위험, 순종/도전)를 해체하고, 감정의 양면성과 인간적인 고민을 드러내는 입체적 캐릭터입니다.
기존의 마녀는 주로 미혼이고 고립되어 있으며,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존재로 묘사되었습니다. 이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통제되지 않는 여성'을 경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유형이었습니다. 하지만 말레피센트는 이 전형을 깨고 욕망도, 연민도, 죄책감도 모두 가진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그녀는 고립된 존재였지만, 오로라와의 관계를 통해 타인과 다시 연결되며 스스로를 회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개'가 아니라 '성장'이라는 점입니다. 그녀는 과거를 반성하고 과오를 인정하며,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는 단순히 '착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상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는 과정입니다.
또한 영화는 여성 간의 갈등이 아닌, 여성 간의 연대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합니다. 말레피센트와 오로라는 단순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이 같은 설정은 기존의 동화 속 '여왕 대 공주' 구도를 해체하고, 다양한 세대와 성격의 여성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날의 여성 관객들에게 말레피센트는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억압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는 현대 여성의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말레피센트》는 단지 디즈니식 동화의 재해석을 넘어, 문화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마녀 캐릭터를 악으로 몰아가던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인간적인 면모와 내면의 복잡함을 드러내며 완전히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틀을 제시합니다. 말레피센트는 더 이상 '마녀'로서 공포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세계에 분노하지만, 결국에는 이해와 연대를 선택하며, 상처 속에서도 다시 사랑할 줄 아는 존재로 성장합니다. 그녀의 권력은 파괴가 아니라 보호를 위한 것이며, 그녀의 사랑은 조건 없이 주는 진심입니다. 이러한 캐릭터는 오늘날 우리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이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한 기존의 '악역 여성'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더 풍부하고 다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주류 서사 속으로 들어오는 길을 열었습니다.
《말레피센트》는 단순히 한 편의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여성의 목소리와 감정, 권력, 연대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숲